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도미혜

 2001년 발간된, ‘산자여 말하라’란 책이 있습니다. 저자 최종선의 형은 최종길 서울대 법대 교수였습니다. 



최종길(1931.4.28~1973.10.19)교수의 생전 모습


 1973년 10월, 서울대 법대 학생들이 유신 반대 시위를 벌이다 구속되자, 최종길 교수는 교수회의에서 “부당한 공권력의 최고수장인 박정희 대통령에게 총장을 보내 항의하고 사과를 받아야 한다” 고 발언합니다. 얼마 뒤, 중앙정보부는 유럽 간첩단 사건 조사의 협조를 구한다며 최종길 교수를 소환합니다. 그를 중정 입구까지 배웅한 건 친동생이자, 중정 감찰부 직원이었던 최종선이었죠. 나흘 뒤, 최종길 교수는 변사체로 발견되었고, 닷새 뒤, 중정 차장은 최종길 교수가 “간첩혐의를 자백하고 중앙정보부 건물 7층에서 투신 자살”했다고 발표합니다.


 바로 그 시간, 최종선은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하여,한 편의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형 최종길은 간첩이 아니며, 고문을 받던 중 살해 당했다는 양심선언이었습니다.


  

<산자여 말하라> 최종선 지음, (2001년/공동선)


 그 글이 세상에 나올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왜냐하면 최종선은 형이 피살 당한 이후, 무려 7년을 더 중앙정보부에서 일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지 않고, 누가 어떻게 형 최종길 교수를 죽였는지 알아내기 위해서요.



지금부터 나올 내용은 스포일러입니다. 

내용을 알고 싶지 않은 분들은 여기서 멈춰주세요.







전직 중앙정보부 요원 최종선은, 극 중 국가정보원 요원 도미혜의 모티브가 된 인물입니다.



도미혜


나이: 27세


키: 162cm


몸무게: 50kg대


특기: 정보 수집, 분석, 미행, 감시, CQC(특히 나이프파이팅), 장거리저격


취미: 디저트까페 가기, 아이돌 덕질하기, 인형 모으기, 만화책 읽기



 최종선씨가 쓴 회고록을 읽다보면 흥미로운 점들이 있습니다. 중앙정보부 내에서도 유신정권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거나, 형을 죽인 자들을 찾아내려는 자신을 은밀히 도와주는 동료들이 있었다는 내용이요. 



 그럴만 하다고도 여겨지는게, 야수의 심장을 쏴서 유신 체제를 끝낸 인물은 바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였잖아요?


 그 후 30년이 지난 지금도 국정원 안에서 정권의 주구가 되기로 한 이들과 정보기관의 본분을 다하기로 이들의 내전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짐작할만 합니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댓글부대를 운영하던 요원들이 모두 좌천 당하는가 하면, ‘발사된 미사일의 각도를 보고 김정은에게 대화 의지가 있음을 알아내는’ 유능한 정보기관의 능력을 보여주는 걸 말이에요.  이 이야기도 나중에 누군가가 책으로 냈으면 좋겠네요.




 이야기 안에서 도미혜의 역할은 일종의 해결사입니다. 이야기 초반에는 무능한 상사를 만나서 고생하는 불쌍한 개그캐릭터 처럼 나오지만,




 그 상사를 감옥에 처 넣고, 최종보스인 한송이마저 거의 붙잡을 뻔한 인물이 도미혜입니다.


 사실 도미혜가 겉보기와 다르게 매우 유능하다는 사실은 여기저기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미혜만이 유일하게 한송이와 호각으로 싸웠습니다.



 원고를 쓰면서 도미혜가 하는 말은 일단 '맞는 말'로 설정하고 썼습니다. 

 도미혜의 상사 중 아무도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듣지 않아서 그렇지요.



 심지어는 도미혜 스스로도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 원해서 군대에 간 것도 아니고, 국정원 요원이 된 것도 아닙니다. 

 명령이니까 하는 일이지만, 요원으로서의 활동에 자괴감을 느낄 때도 많고, 자신이 저지른 범죄 때문에 후회의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회의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야 말로 선한 이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악이란 무엇인가> 나카미자 요시미치 저(2016 / AK 커뮤니케이션즈)


나카지마 요시미치가 쓴 칸트의 선악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연본성부터 악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악은 선을 행하고자 하는 의지 속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고민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고통스러워 할 때 선하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하네요. 

반대로 해석하면 자신이 하는 일이 100퍼센트 선하다고 믿으며, 고민도 하지 않고 성찰하지도 않는 것이야 말로 악의 특징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악’은 주저하지 않지만, ‘선’은 항상 머뭇거립니다.

 ‘악’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선은 수단과 방법을 고민합니다. 

 그래서 선과 악이 부딪히면, 선이 패배하고 악이 승리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항상 원칙을 지키는 선이, 원칙 없는 악을 압도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2016년 겨울, 한국 사회에도 그 기적이 일어났죠.

 

 도미혜 또한 원칙주의자입니다. 


 도미혜가 초반부에 늘 김갑수에게 당하는 모습만 보여준 것도 그녀가 원칙주의자이기 때문입니다. 상사의 명령은 부당하게 보일지라도 따라야 하니까요!

 그러나 도미혜가 김갑수를 의심하게 만든 사건은 김갑수가 자신의 총을 뺏아서 테러범을 사살한 일입니다. 그런 일은 원칙 상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도미혜가 김갑수의 행적을 추적한 것이지요. 도미혜는 결국 김갑수의 악행과 국정원과 신성그룹의 검은 거래를 세상에 알리는데 성공했고, 집권 세력은 정권을 내주게 됩니다.    




 죽어서 영웅이 된 한송이와, 코인로또 크리가 터진 왕대발과 다르게, 도미혜에겐 아무 보상이 없습니다. 그녀 스스로도 선행을 했다거나, 대단한 일을 했다는 의식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도미혜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군인이었던 자신을 싫어했지만, 사실은 뼈 속까지 군인인 캐릭터가 도미혜라고 생각합니다.



장군님, 여기 참군인이 한 명 더 있습니다.


 

만화가 바킹독입니다

바킹독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 2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15
한송이